>> 수술 전
수술을 결심한 계기
제 긴 얼굴, 그리고 주걱턱에 대한 콤플렉스가 시작된 건 초등학교 4학년 때 쯤이었어요. 그것보다 어렸을 적 사진을 보면 얼굴형이 다른데.. 아마 약하게 유전적인 게 그때부터 심하게 발현이 된 것 같아요. (제가 손톱 물어뜯는 습관, 코로 숨을 잘 못 쉬어서 입을 벌리고 자는 습관이 있었어요.) 그리고 사춘기를 거치면서 얼굴 끝이 점점 길어지면서 앞으로 나오는 게 슬프고 괴로웠어요. 왜냐하면 반에 둘러보면.. 눈이 작은 친구(저는 작지만 쌍커플이 있었는데 한 반에 5명도 없는 거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제 눈이 참 좋았어요.), 피부가 안 좋은 친구, 다들 콤플렉스들이 있었겠지만 그 친구들 콤플렉스는 금방 다 고쳐질 거 같은 가벼운 콤플렉스고, 제 문제점은 어떻게 할 도리가 없어 보이는 거에요. 그리고 친/외가 가족 중에도 유심히 보면 할아버지가 아주 약하게 주걱턱이신 걸 제외하면 아무도 저 같은 턱을 가진 사람이 없는 거에요. 뭔가 저만 잘못 태어나서 나쁜 벌을 받고 있는 거 같은 기분마저 들었고 사춘기 내내 우울했습니다. (이것만이 원인은 아니었지만.. 이 사유가 아니었더라면 훨씬 다른 유년기를 보냈을 것 같아요.) 대학을 가게 되었고 어학연수를 가기 전 2008년에 휴학을 하고 턱 수술을 했어요. 앞으로 취업 등을 할 때 반드시 넘어야 할 과제라고 제 스스로 생각을 한 거에요. 어머니가 간호사이신데 그러다 보니 더욱이 반대가 심하셔서 비용도 제가 아르바이트 한 돈으로 마련하고, 어머니가 주변 분들께 추천 받은 병원에서 수술을 했습니다.
그리고 역시 돌이켜 생각해보면, 제 집도의 교수님은 양악수술을 해 본 경험자체가 없으셨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때만 해도 인터넷이 지금처럼 보편화 되어있지도 않았고, 저도 저의 어머니도 성형수술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성형외과 의사라고 해서 모든 분야의 모든 수술을 잘 할 수 있을 것’ 이라고 저희는 생각을 했고 그 집도의 분은 지인소개로 온 사람들이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수술을 해 달라고 하셔서 놀라셨을 거 같아요. 그렇게 정확하게 원한 수술을 받은 게 아니었음에도 전 턱이 조금이라도 짧아졌다는 사실에 그저 만족하고 이후 기쁘게 생활했습니다 사실 여전히 제 턱이랑 얼굴형은 기형에 가까웠는데 마치 플라시보 효과처럼 수술 조금 받았다고 해서 훨씬 자신감이 생겼어요. 원하던 직장에 취직했고, 직장생활도 개인적인 생활에도 기능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불편이 없었지만 .. 마음 속 깊숙이에는 여전히 불만이 가득했습니다. 그래서 미뤄둔 숙제를 하듯이.. 수술을 결심하고 몇 군데 병원에서 상담을 받아본 후 신희진 원장님께 수술을 받겠다고 결심을 했습니다.
3일차
본격적으로 붓기도 좀 빠지고 어제 저녁에는 8시간 넘게 자고 나니까 훨씬 살 거 같아요^_^
4일차
수술 후 처음으로 씻었어요. 부기레이저 받으러 가는 길입니다. 아직 입도 제대로 안 벌어지는 데 본격적으로 식욕이 돌아와서 또 다른 괴로움의 시작이네요. 한 눈에도 턱 짧아진 게 보여서 벌써부터 좀 만족스럽네요!
6일차
오늘 가장 좋은 건 왼쪽 유스타키오 관이 좀 정상적으로 돌아온거요... 왼쪽 귀가 계속 멍멍해서 처음에는 왼쪽에 붓기가 심한가 보다 했는데 고개를 특정방향으로 재치니까 괜찮아지는 게 붓기가 아니라 유스타키오 관 문제라는 걸 알게 됐어요. 그게 3일째였는데.. 무서웠거든요.. 인터넷에 찾아보니 1~2개월 안에 정상으로 돌아온다고 해서 그냥 마음놓고 있었는데.. 다행히 오늘 좀 기능이 돌아온 것 같아요. 숨쉬기도 거의 정상으로 돌아왔구요.. 2일째에 너무 힘들 때 담당실장님께 코 막힘이 너무 힘들다고 징징대기를 좀 했었는데 '6일째 넘으면 좋아진다’고 하셨었는데 그 날이 오늘이네요ㅎㅎ
7일차
이제 본격적으로 붓기가 좀 빠지나봐요. 오늘부턴 피오나 탈출!ㅜㅜ 부기는 3일차부터 차오르기 시작해서 4-5일차에 제일 심했어요.
8일차
수술하고 원장님 첫 팔롭이었어요. 두.번째 소독했습니다. 웨이퍼 앞쪽에 두 개 장착했던 고무줄도 풀었고 오늘부터는 상처부위 피해서 양치질 할 수 있다고 하셨어요.
9~10일차
주말이에요. 이때부터 붓기가 빠지기 시작해서 숟가락을 사용해서 뭔가를 먹을 수 있었어요.
13일차
여태 가장 붓기가 많이 남아있던 턱끝에 붓기가 좀 빠졌어요. 실종됐던 입술도 좀 돌아왔네요. 붓기가 빠져가는 만큼 살처짐의 공포는 커져갑니다. 저는 8년 전 사각턱밑 턱끝수술 후 100% 회복되지 못한 피부가 처진 채 남아있었고 더구나 희고 얇은 피부에 연령대도 피부노화가 시작된 후라 이번 수술로 삭제된 뼈에서 남는 피부가 쳐질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를 상담가는 병원마다 들어왔어요. 부디 피부탄력이 착착 올라오기를ㅜㅜ
14일차
어제 너무 밥이 먹고 싶어서 소고기 무 국에 밥을 푹 불려서 안 씹고 꾸역꾸역 혀에 올려서 밀어 넣었더니 짜게 먹었다고 다시 부은 듯..
15일차
실밥을 풀었습니다. 아래쪽은 하나도 안 아팠구 위쪽 특정부위만 아파서 눈물 한 방울ㅜㅜ 실밥 풀고 나니 입술도 한결 움직이기 편하고 좋네요 붓기 빠지는데도 가속도가 좀 붙기를^_* 오늘부터는 낮에는 웨이퍼 빼도 된다고 하셨어요! 어제 대학원 오티 갔다가 말이 어눌해서 외국인으로 오해 받고 앞으로 한동안 학교생활 어쩌지.. 걱정이 많았는데 천만다행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거죠. 턱끝에 붓기가 빠져서 야위어 갈 수록 광대 너무 도드라져 보이는 것ㅠㅠㅠㅠ
18일차
친구들 만났는데 다들 너무 많이 변했다고, 수술 성공했다고 해서 기분이 좋아요. 전 이미 이 얼굴에 적응 끝내서 그렇게 많이 변했나?? 하는 생각도 종종하는 데 예전 제 사진 찾아보니까... 그때가 악몽처럼 느껴져서 깜짝 놀랐어요. 그땐 또 크게 불만 없이 잘 지내놓고... 사람이 참 간사한 거 같아요.
29일차
일주일 전부터 근력을 기르기 위해 필라테스를 시작했고, 긴 휴가 끝 일상에도 복귀했어요. 입 안 스크류 때문에 입을 움직일 때 마다 고통스럽고, 힘들게 먹어도 혀를 골고루 쓸 수 없어 별달리 맛을 느끼지 못하다 보니 제대로 먹지 못 해 살이 말도 안되게 빠졌네요. (수술 전보다 5kg 빠져서 40kg 밖에 나가지 않아요.) 수술 전 생활과는 정반대로, 한 번 먹을 때 칼로리가 높은 음식들을 섭취하려고 노력해도 몇 번이나 아침에 잠에서 깰 때 저혈당으로 머리가 어지럽고 속이 울렁거리는 경험을 했어요. 그래서 그럴 때 급하게 마실 수 있도록 과일쥬스를 침대 머리맡에 두고 잤네요. 1개월 체크업가서 입 안 스크류 8개를 제거하고 밥과 면류 등 손가락으로 으깰 수 있는 정도의 음식을 먹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웃을 때도 아프지 않아 맘껏 웃을 수 있어요. 기쁜 마음으로 밥을 씹었는데 이랑 잇몸한테 오래간만에 일을 시켰더니 둘 다 시리고 아프네요.
35일차
수술 후엔 안경도 훨씬 더 잘 어울려서 공부에도 더 집중할 수 있어요^_^ㅎㅎ
50일차
여전히 이랑 잇몸이 온전히 내 것 같지 않은 느낌이 강하고 음식을 씹는 건 물론이고 양치할 때도 힘들지만 변한 내 모습을 볼 때 마다 이럴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